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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브릴의 끝에서_1

  • 2019.10.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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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눈보라 속에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눈 속에 파묻힌 그가 힘겹게 눈을 떴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밤, 위브릴의 하늘 위에서 모든 걸 삼키듯 검은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다. 



'결국...막지 못했나...'



떨리는 손을 뻗어 어둠의 중심을 가렸다.

하지만 손으로 가려도 저 커다란 암흑 속에서 일렁이는 기운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가빠오는 숨소리와 피로 번진 눈만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위브릴의 두 번째 겨울이 찾아오면서 기사단과 마탑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마을을 습격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브릴의 계절 중 4분의 3은 겨울이었기 때문에 먹을 것을 찾아 내려온 몬스터와 짐승의 습격이 잦았고 두 번째 겨울이 지나면 몬스터들이 흉포해져 마을마다 기사단과 마법사들이 몬스터 토벌을 위한 출정을 가기도 했다.



"가렌경!"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가렌은 뒤를 돌아봤다.

마탑의 수습 마법사인 세이브릴이었다.



"세이브릴님? 무슨 일이십니까?"



세이브릴은 가쁜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폈다.



"휴...가렌경도 아실 거에요. 이번 2번 째 겨울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요."

"예, 확실히 이번 겨울은 예전보다 몬스터의 습격이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세이브릴은 가렌의 물음에 뜸을 들이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무래도...저희 왕국의 중심부에서 어둠의 기운이 감지되는 것 같아요."

"어둠의 기운이라면 폐하를 말씀하시는 게 아닙니까? 위브릴 최고의 흑마도사이시니 말입니다. "



이미 여러 나라에서도 흑마법을 사용하고 있었고 위브릴의 왕인 디아산스 위브릴 또한 흑마도사였기 때문에 어둠의 기운이란 흑마법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다.



"흑마법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세이브릴이 더 가까이 다가와 가렌의 귀에 손을 올렸다.



"마계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어요."



"마계엡..!"



당황하며 말하는 가렌의 입을 세이브릴이 막았다.



"쉿! 그 단어는 조금 조용히 말해 주세요."



세이브릴은 다시 주위를 둘러보면서 가렌의 입에서 손을 뗐다.



그들이 서있는 곳은 왕궁의 서쪽 끝에서 마탑과 이어지는 길의 한복판이었기 때문에 세이브릴은 다른 귀족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말하면서 연신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가렌이 숨을 고르고 조심스레 세이브릴에게 물었다.



"마계의 기운이 어떻게 저희 왕국에서 느껴진다는 겁니까? 마계와 저희 물질 세계는 서로 간섭할 수 없다고......설마...저희 왕국의 누군가가 금기를 깼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맞아요. 아마 그것 때문에 몬스터들의 습격도 잦아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렌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감히 누가 마계의 힘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말인가. 



마계의 힘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물질 세계에서 두 공간을 연결하는 문을 열어 마계의 악마와 계약을 해야 한다.

세 여신의 힘이 물질 세계를 감싸고 있어 마계에서 멋대로 물질 세계에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5대륙의 모든 마법사들이 금기시 하는 일이기도 했다.

마계의 악마들이 위험하다는 것과 마계의 힘이 물질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마계에서 흘러들어와 마계의 힘에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도 그 중 하나였다.



"이 일을 지금 누가 알고 있습니까."



가렌은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세이브릴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처음봤을 때와는 달리 사뭇 진지했다.



"아마 저와 일리노어 스승님만 알고 계실 거예요. 마계의 기운을 감지하는데 있어서 일리노어 스승님을 따라 오실 분은 없으니까요."



세이브릴이 망토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가렌경, 저희 스승님도 순간적으로 감지하신 거라 아직 확실한 정보가 없어요. 또 왕국 내부에서 감지되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표명하실 수도 없구요. 그러니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스크롤을 사용해서 저를 불러주세요."



가렌은 세이브릴이 건넨 양피지를 손에 쥐었다.

양피지의 안쪽에서 마법진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세이브릴님 아마 이 일이 사실이라면 시리앙마르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확실한 정보가 없는 이상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시면 안됩니다."



"네, 가렌경도 위험한 일이 생기면 꼭 저를 부르셔야 해요. 아시겠죠?"



세이브릴이 걱정하는 눈빛을 보내자 가렌이 슬쩍 미소지으며 세이브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위험한 일이 생기면 꼭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이브릴이 그의 손을 밀어내고 있었으나 표정을 보니 싫지 않은 듯 했다.



"아이참! 그럼 전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 가렌경 꼭 조심하셔야 해요!"



멀어지는 세이브릴의 모습을 보며 가렌은 손에 든 스크롤을 꽉 지었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기사들 보다 높은 계급을 가지기에 존댓말을 쓰고 있지만 어린 나이에 마탑에 들어와 열심히 마법을 갈고 닦는 세이브릴을 보면서 어느샌가 가렌은 그녀를 여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마계와 왕궁의 일로 위험에 처해진다고 생각하면 가렌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브리하님 아무래도 저를 도와주셔야겠습니다."



가렌의 부름에 일순간 그림자가 일렁였다.



"왕궁 내부를 조사해 주십시오. 절대 누구에게도 들키시면 안됩니다."



가렌의 말이 끝나자 그림자의 일렁임이 거세지더니 한 검은 음영이 스쳐지나갔다.

그림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제 모습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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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아르노셀  #아르노셀글  #소설 


아 짧게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 버렸네요ㅜ

시점은 마계의 문이 열리기 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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