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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wartPortia' 작가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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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디 아르노셀

[공모전] 당신의 곁에 있어도 될까요? - 10. 정령 연구가 클로드 -

일랜드산의 깊은 숲속을 윌리엄과 아리엘르는 걷고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가지들과 수풀 사이로 햇살이 내리비쳤고,

가까운 주변 어딘가에서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섞여 물의 정령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산의 능선을 보랏빛 솜소크가 덮고 있었다.


윌리엄과 아리엘르가 수풀을 헤집고 나오자,

지면을 뒤덮은 순수한 흰 빛깔의 렛사와 금빛의 노에올로가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향연을 펼쳤다.


아리엘르는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꽃밭을 가로질러 걸었다.


그리고 이내 꽃밭의 한가운데에 살포시 앉아 꽃의 향기를 음미했다.


윌리엄은 저만치서 아리엘르의 그 사랑스러운 자태에 취해 오랫동안 넋을 잃고 서 있었다.


정신을 놓고 있던 윌리엄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의 꽃들을 주워 엮기 시작했다.


그렇게 화환이 완성되자 윌리엄은 살며시 아리엘르에게 다가가 등 뒤에서 머리에 화환을 씌웠다.


가만히 저 먼 곳을 바라보던 아리엘르는 머리에 뭔가가 씌워지자, 손으로 건드려보더니 이윽고 윌리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하늘에서 내려온 듯 자애롭고, 신성한 미소에 윌리엄은 다시 한번 넋을 잃었다.


그리고 윌리엄은 몽환적인 감정에 빠져들어 갔다.


아아! 아름답다! 사랑스럽다! 수려하며, 청초하고, 어여쁘다!

아! 저 싱긋한 웃음! 향기로운 미소!

이 세계의 단어로는 차마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

가장 아름다운 것이자 가장 순수한 것, 순백과 신성, 순결과 경건!

아아! 미의 여신 푸트라가 실재한다면 바로 저 소녀를 말하는 것이리라!

아니, 푸트라마저 그녀를 시샘하고, 질투하며, 이내 부끄러워 숨을지도 모른다!

아! 저 하얗고 순결한 손에 입을 맞추는 자는 분명 신의 은총을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악의 괴수와 같은 죄인이다.

감히 그 더러운 입술로 그녀의 순수한 손을 더럽히는 극악무도한 죄악을 저지른 것이다.


끝없이 생각에 빠져가던 윌리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 손을 잡으면...”


아리엘르가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네? 손 말씀이신가요?”


아리엘르가 윌리엄에게 손을 내밀었다.


윌리엄은 크게 당황하며 정신을 차렸다.


“아, 아니.. 정말 예뻐. 아리엘르.”


아리엘르의 얼굴이 살짝 붉게 상기되었다.


“갑작스럽게 그런 말씀을... 감사해요.”


윌리엄도 얼굴을 붉히고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아리엘르가 입을 열었다.


“윌리엄 씨, 저길 보세요. 대단히 예뻐요.”


“뭔데?”


윌리엄이 아리엘르에게 다가가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이윽고 윌리엄의 시야에 라인호와 자우바호로 대표되는 케임드웨이브의 절경이 나타났다.


“대단해...”


“그렇죠? 멋지기도 멋지지만, 정말 특이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과연 아리엘르의 말대로 라인호와 자우바호는 아르노셀 대륙에서 단연 제일 희귀한 형태의 지형임이 틀림없다,


라인호와 자우바호는 화산 봉우리에 물이 차 있는 칼데라 호수로,

특이한 것은 각각의 봉우리가 거대 호수로부터 솟아올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호수 안의 호수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아리엘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리, 저 호수에 가는 것이 어떨까요?”


평소 먼저 어딜 가자고 하는 일이 흔치 않은 아리엘르였기에, 윌리엄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당연히 가야지!”


그렇게 윌리엄과 아리엘르는 하산하여 라인·자우바호를 향해 말을 타고 달렸다.


윌리엄이 말했다.


“그러고 보면 아리엘르는 호수가 꽤나 친근하겠구나.”


“네, 저는 호수의 섬에서 살았으니까요. 어머니는 ‘호수의 여사제’라는 별명도 가지고 계셨답니다.”


“아리엘르는 별다른 별명이 없었어?”


“예, 그렇네요. 아무래도 아직까진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나는 아이 같은 느낌이니까요.”


“그렇구나...”


아리엘르가 그리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며칠 안 됐지만, 어머니께서는 잘 지내고 계실까요?”


윌리엄이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아리엘르와 네 어머니가 믿는 신이 지켜주고 계실 테니까.”


아리엘르가 즐겁게 웃었다.


“윌리엄 씨가 그 말을 하실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네요.”


아리엘르가 말을 이었다.


“맞아요, 신께서 어머니를 지켜주시고 계시니까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아리엘르의 표정 어딘가에서 쓸쓸함이 느껴졌다.


윌리엄은 그런 아리엘르의 얼굴을 보곤 괜히 씁쓸해져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했다.


“아, 아리엘르! 저기 이제 곧 거대 호수야! 가시죠, 호수의 작은 여사제님.”


“뭔가요, 그 호칭은!”


“글쎄?”


“너무 대충 지은 호칭 아닌가요?”


아리엘르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아리엘르의 목소리에선 기쁨의 감정이 풍겨 왔다.


윌리엄과 아리엘르는 어느덧 거대호수에 도착했다.


윌리엄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딘가에 나룻배가 있을 텐데... 아니면 저 봉우리들에는 못 가는 건가?”


아리엘르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뇨, 분명 있을 거예요.”


“어떻게 확신하는 거야? 신께 여쭤본 거야?”


아리엘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다만 아까 산에서 봤을 때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웬 건물이 하나 있었거든요.

건물이 있다는 건 오갈 수 있는 배가 있다는 뜻이겠죠.”


윌리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들은 호수를 건널 수 있는 나루터를 발견하였다.


여느 호수가 다 그렇듯 이곳의 나루터 또한 게레치트호의 나루터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윌리엄과 아리엘르는 튼튼해 보이는 나룻배를 골라 탔다.


윌리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도 무료구나.”


아리엘르가 맞장구를 쳤다.


“그렇네요. 혹시나 국립공원이라든가 그런 이유로 돈을 받는 건 아닌가 했는데 말이에요.”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룻배는 유유히 호수를 건너 어느덧 라인·자우바호의 봉우리에 도달했다.


윌리엄과 아리엘르는 배에서 내려 각 봉우리의 사이로 향했다.


시원한 호수의 바람을 느끼며 나아가다 보니 어느덧 저 멀리서 작은 집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집은 통나무로 지어져 마치 깊은 숲속 산장을 그대로 호숫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윌리엄과 아리엘르는 말을 집 앞에 세워두고, 문을 두들겼다.


그러자 한 남성이 창문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더니 문을 열고 들어오라 말했다.


윌리엄은 문을 열었다.


남성은 테이블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차를 홀짝이며 윌리엄과 아리엘르를 응시했다.


그리고 윌리엄이 인사를 하려는 찰나, 남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에 찾아오다니, 뭐 하는 사람들이지?”


“아, 지나가다 보게 되어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해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남성이 어이없다는 듯 허허허허 웃었다.


“외국인...핑귀스족과 베니아족인가. 신기한 조합이군. 여긴 연구소야.”


아리엘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연구소인가요? 칼데라 호수를 연구하는 곳인가요?”


“정령이야!”

남성이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쳤다.


“정령 연구가시군요.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리엘르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야 내가 지금 여기 있기 때문이지. 물론 외국인인 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이곳은 좋은 곳이 아닌가 보네요. 꽤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리엘르의 말을 듣곤 남성이 날카롭게 웃었다.


“하! 물론, 공기 좋고, 물 맑고, 예쁜 곳이지.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기 좋은 곳 아니겠어?”


“죄송합니다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윌리엄이 끼어들었다.


남성이 윌리엄을 노려봤다.


“그러니까, 여긴 케이브의 권력다툼에서 밀린 사람이 있게 되는 그래, 이른바 귀향 장소지.”


“즉, 당신은 정치 암투에서 패배했다는 거군요.”


“그래, 이제 꼼짝없이 이 섬 아닌 섬에서 늙어 죽는 수밖에 없지.”


윌리엄과 아리엘르는 할 말을 잃었다.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가며 말했다.


“알겠으면 이제 돌아가라고. 여긴 별 볼 일 없는 곳이니까.”


아리엘르가 작게 혼잣말을 했다.


“에닢...”


아리엘르의 혼잣말을 들었는지 남성이 휙 뒤돌아 아리엘르를 쳐다봤다.


“호, 약초에 대해 잘 아나 보군.”


“신경질환, 순환기질환, 중풍 등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약초죠. 무언가 병을 앓고 계시는군요.”


남성이 냉소적으로 웃었다.


“환자와 공기 좋은 곳,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나? 불치병 환자가 머무르기에 딱이지.”


아리엘르가 대답했다.


“혹시나 병이 낫는다면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세요?”


남성이 생기 없는 눈으로 아리엘르를 쳐다봤다.


“그런 의미 없는 가정에는 흥미 없어.”


“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약초를 아무리 먹어도, 깨끗한 환경에 있어도 낫는 일은 없었거든.

이제 와서 무슨.... 그만 귀찮게 하고, 어서 나가라고.”


“하지만 약초나 요양 말고 다른 방법으로 나을 수도 있어요.”


남성은 슬슬 귀찮아졌는지 단호하게 말했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쓴맛을 보여주겠어.”


아리엘르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환자를 눈앞에 두고 무시할 수는 없어요.”


이에 남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는지 확 뒤돌더니 아리엘르를 향해 짧은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남성의 등 뒤에서 섬광체가 수 개 생기더니 이내 아리엘르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일까.


빠른 속도로 날아가던 섬광체들이 아리엘르에게 닿자 증발한 것처럼 전부 사라져버렸다.


남성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된 거지?”


아리엘르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에게 마법은 통하지 않아요.”


그랬다.


아리엘르의 능력이 신의 능력이라면, 남성의 마법은 마의 능력.


이는 선과 악, 백과 흑, 빛과 어둠처럼 상반된 힘.


그렇기에 신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강한 영력을 지닌 아리엘르에게 마법은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남성이 얼굴을 찡그렸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물리적인 힘을 쓰기엔 무장한 검사가 함께 있다.


남성은 잠시 고민하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 허공으로 던지며 외쳤다.


“정령술은 마법이 아니라고! 라쿠스!”


그러자 허공에서 유리병이 터지며 물이 쏟아져나오더니 이윽고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소용돌이는 점점 거대해지더니 가공할 속도로 아리엘르를 향해 돌진했다.


이를 본 윌리엄이 검을 뽑아 들며 아리엘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을 아나?! 검 따위로 물의 정령을 막는 것은 불가능해!” 남성이 비웃듯 외쳤다.


강력한 물 소용돌이를 버텨내며 윌리엄이 소리를 질렀다.


“크으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거대한 소용돌이가 윌리엄과 아리엘르를 집어삼켰다.


남성이 휘몰아치는 소용돌이를 바라보며 소리쳐 웃었다.


“쿠카카카! 그러게, 가라 할 때 진작 갔으면 이럴 일은 없었잖아! 미련한 것들! 으하하하하!”


그때, 소용돌이 안에서 나지막하게 아리엘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미련한 것은, 신의 힘을 무시하고 그에 대항하는 것일 거예요.”


“뭣이?!”


아리엘르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신의 이름으로 명하나니 폭풍이여, 잠잠하라!”


아리엘르가 신의 이름으로 명령을 마친 그 순간, 소용돌이가 순식간에 작아지더니 작은 물 정령이 초라하게 바닥에 떨어졌다.


남성은 바닥에 떨어진 물 정령을 보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신께서 저희를 지켜주셨답니다.”


아리엘르가 조용히 말했다.


남성은 털끝 하나 젖어있지 않은 아리엘르를 보며 아연실색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너무 약한 정령이었나..? 아니면 역시 내 실력이 부족했나?”


남성은 얼굴을 찌푸리고 고민하더니 이내 허탈하게 웃으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좋아, 내가 졌어. 그럼 어쩔 거지? 날 죽이고, 이 집을 털 건가?”


아리엘르가 대답했다.


“그런 것은 신의 뜻이 아니에요.”


“이제 보니 옷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사제님이셨구만.”


남성이 비아냥거렸다.


“그래서, 신의 사자에게 대든 대가는 뭐지? 죽음인가?”


아리엘르가 아무런 대꾸 없이 남성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남성이 아리엘르를 노려보며 아무 말이나 막 뱉어댔다.


“무슨 짓이지? 머리라도 쓰다듬겠다는 건가? 하, 그래. 패배자가 귀엽기도 하겠지.”


아리엘르가 손을 떼더니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병은 완전히 치유되었어요.”


“뭐야?”


남성은 어리둥절하여 입을 벌린 채 아리엘르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아리엘르가 말을 이었다.


“신께서 당신을 불쌍히 여겨 병을 낫게 해주셨어요.

그러니 앞으로는 좀 더 부드럽게 사시는 건 어떨까요? 분노는 병을 불러온답니다.”


아리엘르는 말을 마치곤 윌리엄과 함께 연구소 문으로 향해 걸어갔다.


남성이 멍하게 아리엘르와 윌리엄을 눈으로 좇다 외쳤다.


“기다려!”


아리엘르와 윌리엄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어디에 가는 거지.”


윌리엄이 대답했다.


“딱히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그저 신이 인도하시는 대로 나아갈 뿐입니다.”


남성이 대답했다.


“재밌는 대답이군. 한마디로 정처 없이 떠도는 모험이란 얘기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니네요.”


윌리엄과 아리엘르는 다시 느린 걸음으로 연구소 밖으로 향했다.


“잠깐 기다려.”


남성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윌리엄은 짜증이 났지만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일이시죠?”


남성이 대답했다.


“자네들을 따라가도 될까?”


어느새 남성의 말투가 전보다 부드러워져 있었다.


윌리엄이 대답했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인데, 괜찮으신가요?”


남성이 가볍게 웃었다.


“여기에 가만히 갇혀있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윌리엄이 조용히 아리엘르를 쳐다보자 아리엘르는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하는 듯하더니 이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윌리엄이 대답했다.


“그럼, 함께 가도록 하죠. 저는 윌리엄이고, 이 애는 아리엘르, 일신교의 사제예요.”


남성이 답했다.


“나는 클로드. 정령을 연구하는 학자야. 잘 부탁하네. 윌리엄, 아리엘르.”


클로드는 28세의 키가 큰 남자였다. 검고 짧은 머리, 날카로운 눈매, 차가운 검은 눈빛의 소유자이며,

그가 끼고 있는 안경은 그를 더욱 이지적으로 보이게끔 했다.


그는 격식이나 예절과는 거리가 먼 행동거지를 보였으며, 감정을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런 그도 병을 치료해준 것에 감사해서인지, 단순히 아리엘르의 성품에 반한 것인지, 동행하게 된 이후로는 아리엘르에게만은 예의를 갖춰 행동했다.


클로드가 말했다.


“혹시 행선지가 없다면 케임드웨이브 각지를 돌아도 될까? 지역별로 유명한 정령들과 계약을 하고 싶은데.”


윌리엄이 물었다.


“계약이요?”


“그래, 내가 말했었지? “정령술은 마법이 아니다.”라고.

그건 정령술이라는 건 사실 별다른 것이 아니라 야생동물을 조련해서 애완동물로 만들 듯,

정령이랑 친해져서 같은 편으로 만드는 것일 뿐이야.

또, 정령들은 마법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개가 제 이빨로 물어뜯듯, 정령들은 자기 속성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일 뿐이고.”


“아, 즉, 칼 쓰는 용병을 고용하면, 필요할 때 용병이 칼을 휘두르는 것과 같은 거군요.”


클로드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맞아. 아주 정확하게 이해했어.”


클로드가 지도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


“우선,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은 일랜드산이고, 그다음엔 프라이헤이트강, 그리고 에갈리테트강과 프리들리시해가 만나는 지점이야. 그 후, 마지막으로 수도인 케이브에서 여러 정령과 계약하면 되겠지.”


윌리엄이 대답했다.


“여기저기 많네요.”


“정령술사의 실력은, 얼마나 좋은 정령과 계약하느냐에 달린 거거든.


고개를 끄덕이던 윌리엄이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 듯 말했다.


“실력 하니까 생각났는데, 클로드 씨는 마법도 잘 부리는 것 같던데 말이에요.”


이에 클로드가 씁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마법은 쓰지 않을 생각이야.”


“어째서인가요?”


클로드가 손가락으로 안경을 한번 밀어 올렸다.


“동행자들과 상성이 맞지 않으면 곤란하거든.”


클로드는 조용히 아리엘르를 응시했다.


윌리엄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아리엘르를 쳐다봤다.


저만치에서 딴짓을 하고 있던 아리엘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자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 밝은 미소를 본 클로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동료, 대단히 예쁘군.”


전혀 예상치 못했던 클로드의 말에 윌리엄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어...네... 예쁘죠...”


클로드는 왠지 힘이 빠진 윌리엄을 흘깃 보더니 짓궂게 대답했다.


“걱정 마라. 꼬맹이들 연애를 방해할 생각은 없으니까.”


당황한 윌리엄이 소리쳤다.


“그런 거, 아니니까요!”


윌리엄의 외침에 아리엘르가 다가와 물었다.


“뭐가 아닌가요?”


윌리엄이 말을 더듬었다.


“그게......어...... 내가 누굴 사랑한다느니, 그런 얘기를 해서......

물론,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말이야. 알다시피 난 아직 사랑을 알기엔 너무 어리다고 할까...”


아리엘르가 얌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윌리엄 씨. 사랑에는 나이가 중요치 않답니다.

사랑에서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진실 된 마음이에요.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두 사람 사이에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만 있다면 그걸로 괜찮은 것 아닐까요?”


윌리엄이 끄덕였다.


“그래서, 윌리엄 씨가 사랑한다는 그 상대는 누구인가요?

혹시라도 도와드릴 수 있다면 도와드릴게요.”


아리엘르가 나직이 물었다.


너그럽고 진심 어린 표정이었다.


윌리엄이 당황하며 말했다.


“그게..... 그러니까 오해라니깐. 물론 누군가를 사랑스럽게 여기고 있지 않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누군가를 사랑스럽게 여기고 계시는군요! 좋아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리엘르의 눈이 빛나고 있다.


아리엘르의 나이대의 여자들은 으레 연애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심취하고는 한다.


아무래도 이는 아리엘르도 예외가 아니었는지, 주변 인물의 사랑 이야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듯했다.


그리고 여타 소녀들이 그렇듯 아리엘르도 자신이 만족하는 대답을 얻을 때까지 계속해서 물어올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또래들보다 진지한 데다 남의 고민을 해결해주길 원하는 아리엘르의 성격상 다른 소녀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터였다.


윌리엄은 그런 아리엘르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리엘르가 사랑스러워.”라고 대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윌리엄은 뒷걸음질 치는 듯하더니, 이내 절망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정말, 난 그런 거 잘 모른다니까!”


한 걸음씩 뒷걸음질 치는 윌리엄과 그때마다 한 걸음씩 다가가는 아리엘르.


클로드는 그 모습을 보며 그저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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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핑귀스족과 베니아족이란 단어가 나옵니다.

이것은 현실에 켈트족, 게르만족과 같은 민족이 있듯, 제 소설에서도 인간을 여러 민족으로 나눈 것입니다.

민족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조금씩 스토리에 포함되어 나올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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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StewartPortia, #당신의_곁에_있어도_될까요, #아르노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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