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일상]베일
- 2019.10.2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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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있다!!"
"저 신사를 잡아라!"
한 골목에서 뛰쳐나온 무리는 온갖 날붙이를 들고 광장을 가로질러갔다. 검은 망토를 펄럭이던 의문의 신사가 잿빛의 숲 속으로 들어가자 굵은 장미덩굴이 숲의 입구를 막았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려 시도했지만 고결한 장미덩굴은 흠집 하나 나지않았으니, 사람들은 반쯤 날아간 정신마저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한편, 제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무에 등을 기대었다. 오랜만에 제 할일을 한 다리는 힘이 빠진듯 풀려 눈밭에 주저앉았다. 하필 도적들에게 꼬여선 베일이 찢어져버렸다. 다시는 일으키지 않고 싶었던 일이 일어났고, 그의 머릿속은 커다란 종이 울리듯 웅웅거렸다. 계약 징표의 대가를 이겨내는 건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컸다. 늘 다독여주는 건 원인인 장미였다. 그의 머리에 자리잡은 작은 장미는 조심스레 팔을 뻗어 그를 위로하듯 눈가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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