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일상] 징표
- 2019.10.2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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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거 자주 하시네요."
살짝 눈치를 주자 아쉽다는 듯이 덩굴은 베일에서 손을 땠다. 주인에게 혼나는 개마냥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웅웅거렸다.
이리 예쁜데, 보여줄 수 없다니 안타깝군.
"그러게, 왜 하필 이곳이냐구요."
징표. 이 장미와 계약을 했을 때 장미는 제 두 눈에 징표를 새겼다. 눈에 피가 나올 정도로 고통이 어마어마했지만, 막상 앞은 보이니 느낌이 낯설기만 했었다. 문제는 앞이 보인다는 것이였지만.
계약 후 첫 외출이 문득 떠오른다. 제대로 보이는지 확인차 광장에 나섰다. 색색의 색깔들이 눈의 신경을 좀 더 괴롭힌다는 점 빼고는 아무 이상이 없어 돌아갈 때,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생전 모르는 여인이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순간 소름돋아 여자의 손을 뿌리치자, 반댓손이 내 눈 앞을 향해 뻗고 있었다. 양팔로 여자를 저지하느려는 찰나, 시끄러운 소리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난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봐 버렸다'.
이후 무자비한 손길들을 피해 잿빛의 숲 속으로 도로 도망쳤다. 반쯤 미쳐버린 그 사람들은 정신병원이나 난폭한 행동으로 인해 감옥으로 끌려갔다.
그리하여 내 눈에 베일이 씌워지게 되었다. 그리곤 스스로 마음속에 깊이 약속을 새겨놓았다.
절대 다른 인간들에게 눈을 보이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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