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일상]접몽(나비 꿈)

  • 2019.10.21 08:37
  • 조회수87

 온 몸이 피에 절여지는 찝찝함이 단 잠을 깨웠다. 이마에 맺힌 땜방울이 얼굴선을 타고 손등위로 떨어졌다. 아, 땀흘렸다. 또 그 꿈이다. 애써 떨리는 손으로 시트를 붙잡고 일어났다. 눈앞이 흐려지는 듯 제 일을 못하는 몸뚱이를 지팡이로 겨우 지탱하자 언제 들어온 듯 덩굴들이 몸을 감싸 일으켜세웠다.


"...."


 소파에 힘없이 드러누운 제인은 땀에 젖은 셔츠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제인, 괜찮은건가.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모든 건 당신때문이잖아. 허공에 대고 짜증을 부리자, 어두운 술렁거림은 묵묵부답이었다. 애초에, 작은 장미의 제안을 받았으면 안 되었다. 그래, 그 제안만 아니었다면...



 그래, 나랑 같이 떠나는 거야.


벽에 붙어있던 작은 흑장미의 제안은 아버지에게 실험과 고문을 당해온 채로 자라버린 스무 살 청년을 제 편으로 만들었고, 청년은 장미를 소매에 감춘 채 광장을 벗어났다. 멀리, 죽음의 숲까지 온 뒤에야 말이 없던 흑장미는 그에게 달콤한 유혹과도 같은 속삭임을 해왔고, 그것에 덜컥 넘어간 순수함은 조각조각이 되어 눈 덮인 잿빛의 숲으로 퍼져갔다. 


 그 장미는 마치 악마같았다. 속은 냉정하기 짝이 없고 함부로 남의 머릿속까지 파헤치는 추접한 악이 드글드글한데에도 사람을 홀리는 향과 속삭임.. 장미는 그 청년의 몸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그의 몸 곳곳의 상처를 파고들어 그의 몸을 독차지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자신의 아버지보다 더한 녀석으로부터 도망치려 했으나 시도하는 족족 다시 돌아와버렸다.


 길고 긴 동거 끝에 그들은 그들만의 계약을 만들었다. 


1. 징표가 새겨지는 그 순간부터 장미는 인간을 보호하며, 힘의 일부를 준다. 단, 징표는 그 어떤 주술이나 마법, 물리적 충격으로도 지워지지 않으며, 능력 사용에는 일부 제한이 걸릴 수 있다.


2. 위브릴에 한정하여 영역을 제한한다. 그 외의 지역으로 이동할 시 인간은 장미와 동행하여야 한다. 장미는 위브릴 내에서는 이동과 관련하여 인간에게 제한을 걸 수 없다.


3. 두 존재는 서로의 감각을 공유하도록 하며, 신체적•심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주의한다.


.

.

.

 그랬었지 아마. 그 작은 계약 덕에 지금까지 충돌 없이 잘 있었던 거니까. 메마른 목에 물을 반강제적으로 들이켜 덩굴을 세게 움켜잡았으나 들리는 건 가라앉은 듯 낮은 웃음소리였다.


#일상

댓글 4

댓글을 입력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알림
  • 2019.10.22 08:08
    이 게시물은 [일상]으로 판정됩니다.
    곧 #태그를 기준으로 한 분류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며
    "#일상"을 게시물에 포함시켜주시면 목록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꼭 넣어주세요!
  • 작성자 2019.10.21 14:31
    @페테더스트 고마워요!!♡♡

    @알콤 앗 그런가요..??(처음 알았음) 알겠습니다 조언 고마워요!
  • 2019.10.21 14:30
    //히든스토리는 캐릭터의 숨은 이야기가 아니라, 라이브역극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인 걸로 알고 있어요! 태그를 일상으로 다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는 설정 너무 이쁘구...♥//
  • 2019.10.21 08:49
    //her,,,,,와ㅏ 계약이라니요 세상에ㅣ진짜 설정 대박이다 흑징미와의ㅣ 계약(심금을 울려버림,,  ,. ,.,..)

자유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