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일상]헛되다.
- 2019.10.20 13:31
- 67
사랑해요, 제인.
"..."
언제까지 내 사랑을 받아칠건가요?
"..당신, 그 소리 질리게도 하는군."
하지만, 난 진심인걸요. 당신도 충분히 알텐데...
"나에게 그런 감정은 사라진 지 오래인 것 또한 당신도 잘 알 것일 터인데,"
왜 이런 어리석은 곳에 의지를 쓰는 거죠? 제인은 나비를 손으로 내쫒으며 다시 책읽는 데에 집중했다. 어느 순간 나타나 저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한 청년은 죽은 후에도 저렇게 있지도 않은 감정을 갈구하고 있다. 그 얄팍한 몸체를 제 머리카락에 비벼 헛된 감정을 속삭이는 것도 한두번이 아니기에, 지켜보는 다른 나비들은 딱하기도 하고 이해하지 못한채 혀를 차기만 한다. 그들에게 딱히 동정심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집중이 전혀 안되고 있다. 결국 읽던 책을 덮어버리고, 옆에 있던 찻잔을 소리가 날 정도로 딱딱하게 내려놓았다. 나비는 주춤했는지 눈치를 보며 테이블 위로 슬그머니 내려앉았다. 말이 없어진 나비를 처다보며 슬그머니 웃었다.
아아... 당신은 정말...
쾅-...
테이블을 때린 손바닥에는 검은 가루가 날렸다. 식탁보에 널려있는 검은 나비의 날갯조각들이 달빛에 반사되어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장갑을 벗은 차가운 손끝으로 가루를 쓸어 입에 집어넣었다. 뒤에서 나비들이 질색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의식하지 않았다. 아직도 맥박이 뛰는 듯한 느낌에 얼굴 근육이 절로 경직되었다. 얼음을 먹듯 딱딱하고 차가운 날개조각들은 제 입에 녹으면서 쓰디 쓴 감각을 남겨주고는 목구멍 너머로 사라졌다.
"당신의 감정은 이것밖에 안 됩니다."
손가락에 남은 체액을 물로 씻어버리곤 초에 올라있는 작은 불씨를 꺼트렸다. 뒤를 돌아보자 무슨 구경이라도 났는지, 나비들은 창문가에 다닥다닥 모여 있었다. 짧게 헛기침을 하자 뒤늦게 알아차린 듯이 눈발이 날리는 장미덩굴속으로 숨어버린 나비들은 저마다 수군거렸다.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