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일상] 서열
- 2019.10.1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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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지금 뭐하는거지..
뭘 어쩌자는 거죠? 여긴 제 자리라구요.
나비들에게도 서열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비록 나비더라지만 전생에는 인간이었으니까, 이 중에는 평민도 있고, 뭐 귀족도 있을 테지. 몇몇은 저 스스로를 굽힐 줄 아는 건지, 나에게 잘 보이려는 녀석들도 있었다. 서로를 낮추면서도 견제를 하니 이 얼마나 재밌는 진풍경인가.
여긴 오늘 아침부터 제가 있었다구요.
그래서 어쩌자는 겐가? 결론적으론 넌 여기 없었잖아.
여봐요, 거기. 그만 싸워요. 추해보이니까.
뭐라구요?
뭐라고?
나비 서너마리가 한 장미 위에서 뒤엉켜 싸우고 있다. 그 모습이 추함과 동시에 아름다워서, 슬쩍 펜을 꺼내어 그려본다. 결국 주요한 둘은 빛나는 가루를 날리는 날개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서로를 물고 뜯다가 날개에 구멍이 나기 직전에 멈췄다. 인간의 추함은 사후까지도 가져가는건가. 뭐, 인간의 본성이 그렇지. 다들 저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상처를 주다, 죽기 직전에 멈춘다. 물론 예외인 똑똑한 자들도 있었으니,
멍청한 제인, 내가 너의 곁에 영원토록 있을 줄 알았나?
그래, 평생 붙어서 널 저주해주마.... 이 얄팍한 목숨이 끝날때까지!
그새 한 마리가 모자위에서 설교를 하고 있군. 이런 이들의 결말은 늘 같다. (뭔가 쓰여있지만 무언가에 쓸린 흔적이 보인다. 알아볼 수 없다.) 방금 그 결론을 수행하느라 글씨가 번져버렸군, 장갑은 내일 사오는 걸로 해야겠다.
아 참. 방금 그 나비는 지금 내 발 밑에서 죽어가고 있다. 진짜로 죽일 건 아니지만 누가 우위에 있는지는 확실히 알려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