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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오늘도 산책을 포기했다.

  • 2019.10.19 01:04
  • 조회수51

찬 공기가 땅을 가르는 듯한 느낌에 제인은 망토를 추스렸다. 언제 따라붙었는지 망토 언저리에 있던 검은 나비들은 곧 그의 모자 근처까지 올라갔다. 검은 광채를 뿜던 몇 마리는 그의 머리카락에 붙어 잘 들리지 않는 소리로 웅얼거렸다. 


아, 제인. 당신은 늘 한결같군요.


"......"


이 작은 몸체에 얽혀 있는 게 당신이 말했던 자유였던가요?


저런 악한 존재가 아름다운 꽃이라니.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겠어요.



눈길을 소복히 걷던 제인은 귓가에 들리는 야유에 걸음을 멈추었다. 애써 웃으며 손을 허공에 휘저어보지만, 앙금으로 똘똘 뭉친 나비들은 그의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과 대화할 수 있었던 제인은 꽤 오랜시간동안, 많은 영혼들을 만나고 나비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제 밑에서 기는 자리는 싫은 건지 이미 종속된 이 순간까지도 발악을 해왔다. 이젠 익숙해져버린 그들의 속삭임을 들은체 만 체 하려 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들이 험담을 하건 말건, 그들도, 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제인은 이미 험담과도 같은 상처에 무뎌진 채 감정을 잃었다는 걸. 가끔은 그 험한 주둥이를 틀어막아 갈기갈기 찢어버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러기엔 저 영혼들의 앞날이 너무 기대되서 늘 머릿 속 한 켠에 고이 접어두었다.

 꽤 많이 걸어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시야에는 제 꽃밭이 보였다. 잔소리같은 저주섞인 파동은 제인의 귓바퀴를 맴돌아 머리를 저릿하게 만들었다. 머릿속의 잡생각을 치우려 산책을 나왔건만, 언제나 같은 이유로 늘 돌아갔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인 듯 그는 고개를 느릿하게 저었다. 나비들의 저주섞인 웅얼거림은 그의 머릿결 사이로 숨어버리고, 결국 그는 산책을 포기하고 이내 덩굴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흰 눈바닥에는 듬성듬성 나있는 구둣자국과 바닥에 내려앉은 나비들 뿐이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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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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