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공모전] 당신의 곁에 있어도 될까요? - 5. 작별 -

  • 2019.10.10 18:37
  • 조회수86

그곳은 전형적인 중부 브리크리덴 양식의 주택이었다.


뾰족한 검은 지붕과 그와 대비되는 흰색 벽.


사각형의 검은색 창틀들과 벽에 덧대어진 나무들이 마치 하나의 문양처럼 보여 아름다워 보였다.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면 깔끔한 흰 벽이 우리를 감싸 안고, 특징적인 천장의 갈색 나무 기둥들이 단조로움을 억제하며 안정감을 주었다.


실내의 가구 또한 흰색으로, 벽과 조화를 이루며 순수한 황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마치 아르노셀 대륙의 한 종교에서 사후 낙원으로 향하는 순백의 공간을 형상화해 놓은 듯한 인상이었다.


윌리엄이 큰 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안쪽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내 아들 목소리랑 비슷하구나.”


  “그건 제가 아들이기 때문이겠죠.”


안쪽에서 한 남성이 걸어 나왔다.


잘 정돈된 갈색 머리가 매력적인 장신의 남성이었다.


  “윌리엄? 네가 여긴 웬일이냐?”


  “가끔은 가족끼리 모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참, 제가 보낸 벨 관련한 편지는 읽어보셨어요?”


  “벨 일은 정말 안타깝더구나. 바로 핑귀시아로 가고 싶었지만...”


  “알고 있어요. 공직에 있으셔서 브릭에서 나올 수 없으시잖아요.”


윌리엄의 아버지는 부모의 입장을 잘 이해해주는 아들이 기특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서... 저 굳어 있는 아가씨는 누구시니?”


윌리엄의 아버지가 앤을 보며 물었다.


앤은 몹시 긴장했는지 서 있는 것조차 어색해 보였다.


  “아, 저 아이는 앤...”


갑자기 윌리엄의 아버지가 몸을 숙여 자신의 얼굴을 윌리엄의 얼굴에 가까이 대고,


조용히 물었다.


  “설마, 너, 그건 아니겠지?”


윌리엄이 황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윌리엄의 아버지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아비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고...”


윌리엄이 물었다.


  “어머니는 어디 계세요?”


  “네 어머니는 지금 주방에 계실 게다.”


그때, 주방 쪽에서 풍성한 금발의 여성이 걸어 나왔다.


  “어머, 우리 아들이 왔구나. 이게 얼마 만이지?”


아들의 방문을 반가워하며 짓는 미소가 참 아름답다.


  “반년 만일 거예요.”


윌리엄이 어머니와 포옹했다.


윌리엄의 어머니는 윌리엄의 뒤쪽에 서 있는 앤을 발견하곤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묵례했다.


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 숙여 답인사했다.


앤은 울고 싶었다.


심한 긴장에 굳어 있다 인사를 할 타이밍을 완전히 놓쳐버린 것이다.


앤은 윌리엄의 부모님께 ‘인사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여자’라는 좋지 않은 첫인상을 남긴 것만 같아, 가능하다면 10분 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때, 윌리엄이 앤의 손을 잡고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겼다.


  “얘는 앤이라고 해요.”


  “아...안녕하십니까!”


앤이 긴장한 채로 외쳤다. 


윌리엄이 말을 이었다.


  “앤은 제가 여기까지 오는 것을 도와준 친절한 친구예요.”


윌리엄의 아버지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며 말했다.


  “네가 우리 아들을 도왔구나. 고맙다.”


  “대.. 대단한 것도 아닌걸요! 감사합니다!”


윌리엄의 소개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곳으로 오는 도중 앤은 가족을 전부 잃어서...”


윌리엄이 말끝을 흐렸다.


마치 앤의 가족이 전부 죽었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앤은 어이없었지만, 가만히 듣고만 있기로 했다.


가족과 의절했으니 전부 잃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앤은 윌리엄의 어머니가 자신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슬픈 표정을 짓기로 했다.


윌리엄의 소개가 끝나고, 윌리엄의 아버지가 말했다.


  “계속 이렇게 대화하기엔 밤이 늦었으니 윌리엄은 앤에게 머물 방을 소개해주렴.”


  “2층의 그 방이면 될까요?”


  “그래.”


윌리엄은 그 방이 어떤 방일까 하고 의문 어린 표정을 짓는 앤의 팔을 잡고 2층으로 안내했다.


윌리엄이 소개해준 방은 비교적 널찍한 방이었다.


천장을 비롯한 벽은 회색빛 벽지로 도배되어있었고, 깔끔한 바닥 위에 희고 부들거리는 큰 러그가 깔려 있었다.


러그 위에는 희고 두툼한 침대가 있었고, 침대 위에는 보라색 이불이 펼쳐져 있었다.


침대 머리맡 옆에는 흰 서랍장이 있고, 그 위에 불이 붙은 촛대가 있어 방 안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었다. 


또, 한쪽 벽면에 달린 3개의 세로로 긴 창문을 통해 달빛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으며, 창문마다 기다란 커튼이 달려있었다.


윌리엄이 말했다.


  “앤, 여기가 네 방이야. 원래는 손님용 방이었지만 딱히 손님은 없으니까.”


  “제가 정말 여기 살아도 되는 건가요?”


  “날 도와준 데다가 이젠 가족까지 없다고 분명히 말해뒀으니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앤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윌리엄 씨는... 부자인 건가요?”


  “그렇게 보여?”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함께 살게 해주는 집은 보통 없지 않아요?

의지가 있더라도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많을 거고요.”


  “부자는 아니야. 굳이 따지자면 중산층일까.

부모님이 모두 공직에 계시니까 경제적인 문제는 없어.”


  “그렇다고 해도...”


침대의 이불을 정리하던 윌리엄의 손이 멈췄다.


  “그럼 쫓아낼까?”


앤은 당황해 입을 다물었다.


윌리엄이 웃으며 앤에게 다가가 어깨를 ‘탁’ 치곤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핑귀시아의 자경단원은 강도가 아니었어. 잘 자.”


윌리엄이 인사를 마지막으로 문밖으로 나가 사라졌다.




한밤중의 거실, 윌리엄과 윌리엄의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렇군. 꿈인지 환상인지 모를 것을 보곤 여행을 떠났다는 건가.

그건 좋은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윌리엄, 저 앤이라는 여자애는 어쩔 거지?”


윌리엄의 아버지가 말했다.


  “말씀드렸듯 앤은 갈 곳이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이 집, 만약 안 된다면 핑귀시아의 제집에서 살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봤습니다.”


  “저 여자애는 생판 남인데도 그렇게 믿는 이유가 있는 건가?”


  “앤이 먼저 저를 믿어줬기 때문이죠. 여자 혼자 초원 한가운데에서 만난 남자를 믿는 것이 지금 저희가 앤을 믿는 것보다 어려운 것 아닐까요. 무기까지 있었으니 강도나 살인범일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옳다. 하지만 앤 입장도 생각해줘야겠지. 갑자기 남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니,

말 그대로 빌붙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나라면 죄책감을 느낄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간단하게 집안일을 돕게 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아예 고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고용... 메이드인가. 확실히 브릭에서는 전문 메이드들이 있어. 우리 집은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고용하지 않았지만.”


  “고용한다는 명분으로 살게 하면, 빌붙어 살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하겠죠. 봉급도 조금 주면 자기계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세요?”


윌리엄의 아버지가 껄껄 웃었다.


  “구체적이군.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데려온 것 같은 느낌이야.”


  “여기까지 오면서 여러모로 생각해본 결과입니다.”


  “좋아, 그럼 신참 메이드와 같은 봉급이면 되겠지. 이제 막 메이드 시장에 나온 신참은 한 달에 50두카트야. 싸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대신 의식주를 전부 해결해주니까.”


  “좋네요. 그럼 내일 아침 떠나기 전에 앤에게 권유해보죠.”


윌리엄이 화답했다.





  “메이드요?”


앤의 눈이 커졌다.


  “응, 이 집에서 메이드로서 일하는 거야.

그러면 의식주를 전부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돈도 벌 수 있어.”


  “그렇군요.”


  “잘 맞을 것 같은데. 예의 바르고, 싹싹하니까 말이야.

아니면 역시 메이드라는 직업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마음에 안 든다고 한 적은 없어요. 그냥 예상 밖의 권유여서 놀랐을 뿐이에요.

메이드, 좋아요. 이 방은 제 원래 방보다 두 배는 넓고, 깨끗하죠.

이 집은 초원보다도 훨씬 안전할 거고요.”


  “좋아. 그럼, 그렇게 전해드릴게.”


  “네, 부탁드려요.”


윌리엄이 안도했다는 듯 침대 위에 털썩 걸터앉았다.


  “다행이야. 이걸로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겠어.”


  “떠나시나요!” 앤이 놀라 외쳤다.


윌리엄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이야. 하루라도 더 빨리 움직여야지.”


  “그럼 어디로 가실 생각이신가요?”


  “브릭 동남쪽의 아마산에 간 후, 슈로프 산맥을 훑어볼 생각이야.

그곳에는 약초를 캐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


앤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군요... 그럼 언제쯤 돌아오실 예정이신가요?”


윌리엄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건 잘 모르겠어. 생각 같아서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만,

어쩌면 난 내 인생의 남은 모든 시간을 여행으로 보내게 될지도 모르지.”


앤은 한숨을 쉬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 중 하나는 헤어지는 것이죠.”


  “동의해. 더군다나 돌아온다는 기약이 없는 경우엔 끔찍하지.”


  “그럼 제가 메이드 복을 입고 일하는 것은 보실 수 없으시겠네요.”


윌리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걸 못 보는 건 아쉽네. 그래도 그건 돌아오기 위한 하나의 동기부여로 남겨둘게.”


앤은 의식적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분명 곧 돌아오실 수 있겠죠.”


  “그래. 그럴 거야.”


앤과 윌리엄은 영양가 없고, 무의미한 대화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러기를 수분 째, 결국 윌리엄이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윌리엄이 “가야 할 시간이네.” 라고 말하며 일어서자, 앤도 한숨을 쉬며 일어섰다.


윌리엄을 문밖으로 배웅하며 앤이 말했다.


  “안전하게 돌아오시면 그땐 환영 파티를 열겠어요.

그도 그럴 게 윌리엄 씨는 저에게 있어서 소중한 분이시니까요.”


윌리엄이 앤을 향해 측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앤이 말을 이었다.


  “저, 정말 즐거웠답니다. 윌리엄 씨와의 하루, 하루, 시간, 시간, 1초, 1초가 귀중하고, 기뻐서 정말 소중했어요. 그러니까 다음번 만남을 위해서 저도 열심히 살 거예요!”


윌리엄이 얼굴에 미소를 띤 채로 문을 나섰다.


앤은 윌리엄이 사라진 후에도, 혼자 남은 방에서 계속 중얼거렸다.


  “윌리엄 씨는 항상 열심히 사시는걸요. 분명... 순식간에 해결하고 돌아오실 거예요.

마치 저를 구했을 때처럼 한 번에 해결하실 거예요. 윌리엄 씨는...”


그녀의 눈에서 한 방울 눈물이 흘러내렸다.

------------------------------------------------------------------------------------------------------------------------------------------------------


뭔가 쓰기 힘들었네요.

(그래서 내용도 평소보다 2~3,000 자나 줄었네요.)


갑자기 왜 이럴까요?


음, 그건 그렇고, 제 소설...

솔직히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아르노셀에서 올라오는 글들만 봐도 판타지소설하면 막 죽이고, 싸우고, 마법을 부리고, 날아다니고, 막 그런 이미지인데 제 소설은 아직까지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지명 같은 것만 현실 지명으로 바꾸면 그냥 일반 로맨스 소설이 되어버릴 걸요? 하하!)


곧 나오겠지만...



그래도 매번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당신!

감사합니다!


------------------------------------------------------------------------------------------------------------------------------------------------------

#공모전, #StewartPortia, #당신의_곁에_있어도_될까요, #아르노셀


댓글 0

댓글을 입력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자유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