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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Chapter1. 대면

  • 2019.10.0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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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크리덴의 밤은 늘 그렇듯이 까맣고 아름다웠다. 소년은 늘 이 시간이면 밤의 어두움과 별의 밝음 중 무엇이 더 아름다운지 생각하곤 했다. 여유롭게 밤풍경을 감상하던 그 때 한 시커먼 형체가 집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곧 문 두드리는 소리가 2층에까지 들렸다.


 "오트, 잠깐 내려와보렴."


 소년은 아래층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자신의 방에서 나와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미끄러지듯이 내려갔다. 현관에서 고모가 낯선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키는 고모부보다 한 뼘은 크고 어깨가 넓은 남자였다.


 "이 아이입니다."

 "13살이라기에는 더 어려보이는군요."

 "우리 학교에서 브리크리덴 연대기를 끝까지 다 읽은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고모는 오트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말릴 수 없다는 듯이 말을 아꼈다.

 로브를 몸에 둘러싼 자는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자신을 쳐다보는 금발의 소년을 흘깃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거 대단한 분을 몰라뵀군."


 오트는 그 때서야 그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은발에 지난 겨울 고모를 따라 놀러 갔던 수덴 바다를 닮은 새파란 눈을 가진 청년이었다. 오트는 자신보다 10살 정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 책벌레님. 성함이?”

 “오트 바라스.”


 오트는 자신을 책벌레라고 부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청년의 낮게 깔리는 친근한 음성이 듣기 좋아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청년은 매고 있던 가방에서 명부를 꺼내 훑었다.


 “오트... 오트 바라스... 아, 여깄다. 오트 바라스. 멋진 이름인데?” 

 “당신은 이름이 뭐죠?”

 “난 이름이 없단다.”

 

 오트는 고개를 한쪽으로 젖히며 의뭉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름이 없다고요?”

 “그래, 굳이 부르고 싶다면 천사라고 부르렴.”

 “우웩.”

 “오트.”

 

 고모가 더는 못 봐준다는 걸 경고하는 듯이 으름장을 놓았다.

 

 “네, 천사님. 그럼 다음 생에 뵙죠.”

 

 고모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오트는 다람쥐마냥 2층으로 재빠르게 올라갔다.

 

 “미안합니다.”

 “아뇨, 동생 같고 좋은데요.”

 

 청년은 보기 좋은 미소를 지으며 몇 가지를 더 체크하고서는 특이 사항에 ‘친화력 좋음.’이라고 쓰는 것을 마지막으로 명부를 다시 가방 속으로 집어넣었다.


 “밤이 깊었는데 쉬었다 가시지요.”

 “근처에 미리 묵기로 한 곳이 있어서요. 호크 경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아, 소년의 신교는 따로 여쭙지 않아도 되겠죠?”

 “레나의 가호가 함께하길.“


  독실한 여신자가 대답을 짧은 기도로 대신했다.

  천사도 싱긋 웃으며 화답했다.

 

 “레나의 가호가 함께하길.”

     





 “오트, 내려와서 밥 먹거라.”


 오트는 쪼르르 내려와서 그가 찾아온 손님에게 무례하게 굴은 것으로 혼나지는 않을지 고모의 눈치를 살폈지만 고모는 벌써 잊은 모양인지 수프를 각자의 그릇에 나누어 담기만 할뿐, 별 생각이 없어보였다.


  “미트 고모, 그 남자 누구에요? 뭐하는 사람이에요?”


 한동안 양송이 수프에게 박혀있던 미트의 시선이 오트에게 옮겨졌다. 집에 그녀의 친구들, 이웃주민들은 고사하고 가까운 친척이 찾아와도 일말의 관심을 주지 않던 오트였다.


 “시리앙마르에서 나온 신관이란다.“

 “신관이요?”

 “그래, 그 중에서도 그분은 푸가토리움 직속 신관이지.”


  아차, 그가 이름이 없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차려야했다. 신관들에겐 이름이 주어지지 않는다. 아니, 원래는 있었다가 신관이 되면서 이름으로부터 해방된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하지만 오트는 여전히 갸우뚱했다. 학교에서 배운대로라면 시리앙마르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교를 가지고 있었지만 일반 신자를 넘어서 신관이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고, 십 수년의 수행과 많은 사람들의 인정 또한 필요했다. 그래서 신관들이란 못해도 보통 40세를 넘기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아까 그 젊은 남자가 신관? 그것도 푸가토리움 직속의?

 미트는 오트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말을 덧붙였다.


 “그분은 보통 신관들과 다르단다. 태양의 여신 레나님의 선택을 받았거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선택이요?”

 “그래, 대예언자 세다크 님께서 예언한 날짜와 시각에 태어나신 분이지.”

 “여신님의 선택을 받는다라... 그럼 여신님이 차별하는 건가요?”

 “차별이 아니란다. 선택을 받고 신망을 받는 만큼 책임과 의무가 더 따른단다. 레나 교 신관들의 대표라고 보는 게 맞겠구나.

 “그렇다면 어째서 그분이 교황님이 아니죠?”

 “지금의 교황님도 선택받았었거든. 비록 레나님의 선택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오트, 요즘에도 역사서를 읽을 때 우리 브리크리덴 부분만 읽는 것 같구나. 차별해서는 안 돼.”

“브리크리덴이 아르노셀 대륙의 대표니까요.”


 미트는 당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안녕하세요. 생각하고 있는 대로면 대략 10편 내로 연재할 것 같은데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공모전 #아르노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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