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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나우르의 용병, 리칸

  • 2019.10.03 07:18
  • 조회수187

 하루의 마무리는 뭐라고 생각해? 잠? 에이, 그건 생리현상이고. 피로를 푼다거나 긴장 없애려고 하는 행동 있잖아. 샤워라든지…… 담배? 아아, 너 담배 좋아했지. 무기는 섬세한 거 다루는 주제에 담배라니, 너 그러다 호흡 달려서 고생한다.


 오늘 군인 놈 하나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병사들은 같은 규격의 무기를 써야 전쟁 치르기 편하다나. 나보고 칼이나 활 중에 고르라고 은근히 압박하는 거지. 아니면 창이나…… 메이스까진 인정되는 모양이던데. 아무튼, 멀쩡히 내 장비 있는데 어색하게 왜 다른 걸 쓰겠어. 그거 쓰다 제 실력 안 나와서 죽으면 누가 책임져줘? 참 쓸데없는 트집 아냐? 칼이랑 활만 무기냐고. 지들 쓰는 무기가 더 우월하다는 것처럼 으스대는 녀석도 있더라니까. 기초 군사교육 배울 때 그 두 가지를 배우는 건 뛰어나서가 아니라 기본적이고 다루기 쉬워서 그런 거잖아. 응용하기 좋고 연구 많이 되어 있으니까. 근데 어차피 마물 때려잡고 몬스터 죽이는데 칼이면 어떻게 숟가락이면 어때? 작년에 내가 타룸 광산 벌레들 정리할 때도 급하면 안전모로 때려잡고 그랬어. 그래서 뭐, 안전모로 뒤통수 후려 잡은 놈은 내년에 부활이라도 하시나? 사내놈들이 말 같지도 않은 우월주의나 들먹이고, 엿이나 먹으라지.


 나는 밧줄이 좋아. 적당히 칼침 박아 넣고 휙휙 던지면 낚시 하는 기분 들고 손맛도 있거든. 이거 봐봐. 끝에는 날을 더 달아서 중심을 잡아놨어. 무게감이 약간 있어야 다루기도 편하고 매듭도 튼튼하게 지어지거든. 무게? 에이, 요 정도 무게 못 가누면 용병 관두고 공원에서 바둑이나 둬야지. 우리 할아버지처럼.


 할아버지 얘기 하니까 생각났는데, 난 아마 그렇게 늙기는 힘들 거야. 응? 우리 할아버진 요리사였어. 그러니 곱게 늙어서 친구 분들이랑 일광욕이나 하고 사시지. 나처럼 험한 일 하면 말년이 힘들어. 알잖아, ** 되든가 트라우마로 정신 오락가락 하든가, 그런 사람들. 용병은 워낙 피 튀기고 썰고 찌르는 게 일이니 오죽하겠냐고. 적당한 때에 충분히 벌면 탁! 손 털고 관두는 편이 좋아. 당장은 아니고, 나도 몇십년 더 지나면 고민해볼 문제긴 하지.


 그러고 보면 이번 출정은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혼돈이니 평화니 뭐 그런 건 윗대가리들이 고민할 문제지만, 용병에게 필요한 평화는 충분한 돈이잖아? 마계의 괴물들이 흔히 만나볼 수 있는 놈들이 아니라서 연구나 시약 제조 쪽으로 많이 이용되나 보더라고. 전리품 잘만 건지면 나중에 이런 술집정도는 차릴 수 있겠지.


 결혼? 야, 재수없는 소리 마라. 애인이랑 결혼 약속하고 전쟁터 나가는 거 사망 플래그야. 약혼반지 품고 뒤져버리는 것들이 한둘이냐? 그리고 난 나보다 약한 남자는 관심 없어. 기대려는 마음이 있는 건 아니지만…… 불안하지 않을까? 여자건 남자건 지 앞가림 못하고 나약한 것들은 어째 대하기 불편해. 뭐 꼭 잘 싸우는 놈이 최고라는 말은 아니고, 심지가 굳어야 한다는 뜻이지.


 내일이면 슬슬 국경 보이겠네. 이왕 일 하는 거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비싼 재료도 챙기고, 몸뚱이 멀쩡하게 살아남고…… 한낱 용병 나부랭이가 뭘 더 바라겠어? 웬만하면 너도 죽지 말고 내일 또 보자고.




 - fin




#공모전  #디아르노셀  #아르노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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