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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무기]이름없는 한 조상의 검. 칼립스.

  • 2019.10.02 05:25
  • 조회수89

"여어, 아카드! 드디어 아르노셀 연합에서 근무하려는구만! 힘들어서 다시 돌아오지나 말라고. 너가 진정으로 원한 일이었으니."


내무부 부장이던 시절, 유일한 친구 밀러가 짐을 싸서 나가던 나에게 마지막으로 해 준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연합 청사에 전입을 신청하기 전,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아버지, 저 아카드, 본가에 돌아왔습니다!"


수 년 동안 브리크리덴 수도에서 살던 나는 제국 서부에 살던 가족들을 무려 6년 째 만나지 못했었기에, 그 반가움은 더욱 컸다.아버지는 그 사이 머리가 반쯤 세셨고, 형님은 청년 티를 벗고 장년에 들어서며 확실히 한 가문의 예비 가주다운 티가 났다. 이를 위해 받은 1주일의 휴가 동안, 가족들과의 해후를 즐기리라.


...그리고 겨우 그 1주일 안에, 아버지께서는 자신의 동생들이-즉 나에겐 삼촌인 분들이-알면 까무러칠 일을 저지르셨다. 우리 리테라 가문의 가보 중 유일한 검을 내게 안기신 것이다.


그 일은 이렇다.


엿새 동안, 나는 북적하고 삭막한 수도와는 다르게, 정취있는 서부 소도시의 풍광과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물론 가족들과의 근황도 이야기하면서. 그리고 가기 전날 밤, 아버지는 리테라 가문 저택의 서재로 나를 불렀다.


"아카드, 너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다."


그리고는 서재의 책 네 권을 눌렀다. 그러자, 높디높은 책장 두 개가 옆으로 들어가더니, 큰 복도가 나왔다. 아버지께서는 먼저 허리를 굽혀 들어가셨다.


"우와... 우리 저택에 이런 곳이 있었어요?"


내가 묻자, 아버지는 소곤소곤한 소리로 이거 어디 딴 데서, 형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가주 자리 넘겨줄 때 본인이 알려준다면서.


맨 끝 방의 문 앞에 선 아버지는, 방문을 열기 전에 엄숙한 목소리로 나에게 가문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흠,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그래. 어릴 때 우리 가문 출신 분들이 대대로 무얼 하셨었는지 말해 준 적이 있었지. 기억 나는 사람이 있니?"


나는 기억나는 분들 중, 시조이신 헤르핀 R. 리테라께서 브리크리덴 서부 대도서관을 설립하신 것부터 할아버지인 가넷 H. 리테라께서 케임드웨이브 총영사를 맡으신 것까지, 몇 명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아까 당부하실 때부다 더 소곤거리는 목소시로 숨겨진 인물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렇지. 우리 가문은 역대로 문(文)의 집안이었다고 할 수 있었지. 하지만, 리테라의 이름을 이은 분 중 단 한 분. 검의 주인이 되신 분이 있다. 가문 사서에는 물론이고 족보에도, 없을 거란다. 그분이 스스로 자신과 가문의 연결을 부정했으니까. 게다가 브리크리덴에 계시지도 않았어. 대륙 반대편의 나우르에서 활약하셨으니. 하지만 말년에 다시 우리 가문으로 잠시 돌아오셨는데, 그때 다음 세대에게 가문을 넘겨주고 요양하시던 동생을 만나서, 자신이 일평생 갈고닦은 힘과 정수가 담겨있는 검을 넘겨주셨다고 하더구나. 대륙의 적이 나타났을 때, 리테라에서 그에 관여하는 아이가 나오면 이 검을 물려주거라. 라고 하면서 말이지."


그 속삭이는 말에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걸 저한테 말해주는 건, 그럼 그분이 말씀하신 후계자가 저라는 거에요? 설마요."


"그 후계자가 검을 직접 쓸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데에 필요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분이 말씀하시고 12대 동안... 그러니까 약 300년 동안. 너가 가장 알맞는 사람이더구나. 네가 아르노셀 연합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아버지의 말에, 나는 딱히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리테라 가문은 일원들이 다들 체격도 크지 않고, 힘도 그닥이었는데, 나는 그래도 나름 키도 컸고 풍채도 좋았으니까. 그리고서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아버지와 방 안에 들어가서는, 그 검을 받아들었다. 차가운 금속인데도 무언가 온기가 느껴지는 것이, 싫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내 가방 안에는 하나의 검이 추가되었고, 나와의 여정을 같이 하게 되었다.


#전설의무기 #아르노셀글 #에피소드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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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07 09:47
    이 게시물은 [에피소드]로 판정됩니다./
    곧 #태그를 기준으로 한 분류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며
    "#에피소드"를 게시물에 포함시켜주시면 목록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꼭 넣어주세요!
  • 2019.10.04 00:23
    멋있군요! 무기에 담긴 정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저도 꼭 한 번 보여주십시오!
  • 2019.10.02 05:34
    300 년 이면 내가 잠자면 그 년도긴 하더라...좀 민망하네. 인간들은 도구을 소중히 하는구나.
  • 작성자 2019.10.02 05:32
    300년도 넘은 검이긴 한데, 아마도 검의 주인께서 쓸 때에 뭔가 비밀이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죠. 물론 대대로 가주분들께서 닦고 연마하신 것 같긴 한 것 같지만요.
  • 2019.10.02 05:30
    무기가 음 뭐라말하지. 손질이 잘된거같아.
  • 작성자 2019.10.02 05:29
    음, 아버지께서도 무기의 이름은 딱히 알려주시지 않으시더라구요. 그 조상님의 성함도 모르는데, 무기의 이름은 어떻게 아냐면서. 저도 일단은 그저 검이라는 뜻에서 칼립스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칼립스'는 단지 검을 뜻하니까요.
  • 2019.10.02 05:26
    무기의 이름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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