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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의 사제와 왕의 손가락
- 2019.09.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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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살려줘... 도..돈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내.. 내 아버지에게 나를 데려가면 내 몸무게.. 아니 그 다섯 배의 황금을 주실거다.. 그러니 살려줘!"
"거절하마. 신앙의 가치는 감히 황금으로 메길수 없는법이니."
"히..히익! 끄..끄르륵... 사..살려..께엑.."
위브릴의 항구도시 알파오신으로부터 범선을 타고 약 3일 가량 걸리는, 험한 파도와 폭풍이 쉴세없이 몰아쳐 뱃사람들도 피해가는 바다 한가운데를 돛대나 노조차 없는 검은 배가 항해하고있다.
그 배의 갑판에서 심해의 굶주린 신 '꿈틀거리는 자'를 섬기는 심해의 교단의 대신관 크루티오스가 자신의 팔을 촉수로 변형시켜 위브릴 남부 귀족 정장을 입은 소녀를 향해 뻗었고 이미 자신과 함께 이 검은 배에 타고있던 다른 이들이 그 촉수에 붙잡혀 목이 졸리다가 그대로 깊고 어두운 바닷속으로 던져지는 것을 목격했던 그녀는 공포에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면서 거래를 제안했다.
하지만 신에 대한 광신적이고 뒤틀린 믿음에 가득찬 부풀어 오른 노인은 소녀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며 소녀의 목을 조이더니 거의 목을 부러뜨릴 기세로 촉수에 힘을 더 강하게 주기 시작했다. 이에 소녀는 계속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뇌로 향하는 산소가 차단되자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그제서야 크루티오스는 소녀를 잡고 있던 촉수에서 힘을 뺐다.
이는 뒤늦게 자비를 베풀려는 것이 아니라 꿈틀거리는 자에게 살아있는 체로 제물을 바치려는 행동으로, 소녀가 의식을 잃은것을 확인한 크루티오스는 그대로 소녀를 잡아들어 바닷속으로 집어던졌다. 아니 던지려했다.
"냐항, 할아버지, 그쯤 해둬야겠는데?"
"...국왕의 사냥개로군.... 심해의 신의 신전에는 무슨 용건이더냐?"
"냐하하... 사냥개라니 너무하네~ 나는 고양이인걸~, 아무튼 그 여자애는 건드리지 말라는 폐하의 명령이야. 남부 귀족들 중에선 제법 명망있는 귀족가문 딸이라나봐."
"신께서는 이 계집의 몸을 먹고 영혼을 마시기를 원하신다. 신의 뜻에 반하는 사제가 어디에 있다는 말이더냐."
그의 등 뒤에서 언제나탄건지 모를, 가슴께까지 기른 은발 머리카락위에 머리색과 똑같은 고양이 귀가 쫑긋 솟아나있는 귀여운 소녀, 디아신스 위브릴의 정예 요원인 '위브릴의 손가락'들중 하나인 아누비안티가 크루티오스에게 지팡이를 겨누며 위협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를 알아본 크루티오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국왕의 사냥개라고 폄하했으나 아누비안티는 여전히 싱글싱글 웃으면서 '자신은 고양이다'라는 실없는 소리를 하고는 자신의 주인이자 위브릴의 국왕 '디아신스 위브릴'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크루티오스는 '꿈틀거리는 자는 이 소녀를 먹기를 바라신다.'며 디아신스의 뜻에 따르지 않겠다고 일축하고는 잠시내려두었던 소녀를 집어들었다.
"냐항, 뭔가 오해가 있는것 같은데 말야~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야. 같잖은 사이비 노친네야."
"....그래, 미리 말하지 그랬나. 너도 심해의 신께 제물로 바쳐지고 싶다고 말이야."
그러나 크루티오스가 귀족 소녀를 집어던지기 전에 아누비안티의 지팡이에서 녹색 칼날 같은것이 쏘아져나와 그 촉수를 잘라냈다.
그와 동시에 아누비안티는 얼굴에 만연했던 미소를 순식간에 거둔체 차가운 표정으로 크루티오스를 도발했고 이에 크루티오스는 잘려나간 팔을 재생시키더니 로브의 소매에서 열 가닥이 넘는 촉수를 뽑아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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