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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느 소녀의 비극
- 2019.09.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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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걸까...'
브리크리덴와 위브릴 국경 인근에 있는 작은 산골 마을. 영주는 커녕 중앙에서 내려오는 세관들 조차 가끔씩 세금을 걷는것을 잊을 정도로 작고 초라한 어느 마을에 사는 소녀 엘카텐젤은 숨소리조차 나지 않도록 자신의 코와 입을 양손으로 단단히 틀어막고 상자에 숨은체 그렇게 생각했다....
-약 1 시간전-
"엘카 누나! 여기에 산딸기가 더 있어!"
"어머 정말? 잘됐다. 한 광주리를 채우려면 조금 모자랐는데... 오늘은 맛있는 산딸기 파이를 먹을 수 있겠어."
"헤헤, 엘카 누나의 파이... 기대된다...."
"후후, 정말, 알바는 아직 애라니깐~ 그러니 내가 알바를 잘 보살펴줘야겠지, 누나로써~ 어머.. 무슨 소리지..?"
여느 날과 같이 자신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생과도 같은 소년, 알바테인과 함께 산딸기를 따러 간 엘카텐젤은 자신이 만들어주는 산딸기 파이를 기대하는 귀여운 동생을 바라보며 '어쩔수 없다니깐'이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던중 자신의 측면에 있는 수풀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엘카의 그 푸근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갑고 날카롭게 변하더니 몸을 숙이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사는 이런 작은 산골마을에 위브릴의 군대가 나타날 일 따위는 없겠지만 혼란을 틈탄 산적따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만일 정말로 산적무리 어린 알바만이라도 도망칠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살짝 내민 엘카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하아.., 애먹게 하는구만, 쳇, 뭐가 '내 국민들을 먹지말라!'냐 멍청한 흑마법사놈... 목장을 만들어서 새끼를 까게하면 될 것을 귀찮게시리..."
'저..저건 대체 뭐지...? 몬스터...?'
검은 로브를 입은 '무언가'가 도망치는 사슴을 붙잡아 사슴의 목에 손가락을 꽂아넣아 넣는 광경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날쌔게 뛰어다니던 사슴이 그 목부터 시작해서 순식간에 녹아내리자 검은 로브를 입은 무언가는 그 사슴이였던 액체에 얼굴을 박은체 그녀에게 들릴정도로 큰 소리로 빨아먹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너덜너덜한 검은 로브 아래로 드러난 흐물거리고 쉴새없이 부글거리는 지방덩어리를 보게 된 엘카는 사슴을 녹여버린 존재가 인간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는 공포와 혐오의 감각이 그녀의 작은 몸을 타고 올랐다.
'이.. 일단 저건 나를 발견하지 못한것 같으니 조용히 도망치자...'
"엘카 누나! 거기서 뭐해?! 와서 이것들좀 담아가~!!"
"인간! 그것도 꼬맹이로군! 마침 잘됐어..."
"!! 아.. 안돼! 알바 도망쳐!! "
"하! 이쪽에도 있었구나! 잘됐다, 하나는 비상식으로 써주도록하지!"
그 징그러운 광경에 엘카가 두려움을 느낀체 도망가려던 순간, 알바가 말도없이 사라졌던 그녀를 향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식사에 몰두하고 있던 무언가, 꿈틀거리는 죄악의 덩어리라고 불리우는 아크퓨지안이 고개를 치켜들었고 그 정면에 있던 엘카텐젤은 그 끔찍한 존재의 얼굴을 확인 할 수있었다. 털이라고는 한 올도 나지않은 피부에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코 아래에 촉수가 마치 수염처럼 자라났으며 새카만 눈에서 징그러운 진홍빛 동공이 일렁거리는, 아주 나이든 노인을 연상케 하는 기괴한 존재는 실쭉 웃으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저게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방금 전 사슴을 잡아먹으며 한 말을 들으면 저 존재는 결코 인간에게 우호적인 존재가 아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엘카는 알바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질렀고 이에 눈 앞의 기괴한 존재는 어린 아이가 둘이나 있다는 사실에 샐쭉 웃으며 엘카텐젤을 찾아냈다.
"크흑! 누...누나.."
"아, 어린 것들아... 걱정마라 마침 배가고프니 가지고 놀지는 않으마."
"누..누나... 살려-"
"아..안돼! 알바!!"
"크흐으... 통째로 녹여버리면 그 공포의 감정이 진하게 느껴져서 좋단 말이지..."
그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속도로 알바의 앞에 나타난 아크퓨지안은 알바의 멱살을 잡아 들더니 엘카를 향해 손을 뻗으며 살려달라고 애달프게 읊조린 알바테인을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알바테인이였던 엑체는 이내 그것의 꿈틀거리는 지방덩이리 하반신으로 스며들었고 아크퓨지안은 그 감각에 도취된듯 몸을 꿈틀거리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
....
.....
그 뒤의 일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산길을 구르다시피 하며 마을까지 돌아온 후 마을의 어른들에게 벌벌 떨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자 어른들은 쇠스랑과 짐승을 잡을때 쓰는 활 따위를 들고 산에 올랐으나 마을에 있는 자신에게 들릴 정도로 큰 비명소리가 들린 것을 끝으로 어떠한 소식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틀어막고 벌벌떨던 엘카텐젤은 문득 자신이 숨어있는 상자 뚜껑이 열리고 빛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이에 아빠가 돌아온걸까?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자-
"아, 여기에 숨어있었구나, 크흐흐... 안돼지, 다들 죽었는데 혼자 살아있으면...."
"아...아아아...."
"마침 배도 찼으니...너는 조금 가지고 놀다가 보존식으로 써주마 캇캇카!!"
어쩐지 처음 봤을때보다 조금 더 덩치가 커진 그 괴물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에 인간을 먹는 괴물에게 들킨 엘카텐젤은 하반신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소리없는 비명을 흘렸고.
이를 본 아크 퓨지안은 그녀를 가지고 놀겠다고 선언하며 그 흉측하고 녹아내리는 손을 가져다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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