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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 등록] 거꾸로 세는 숫자풀이 노래
- 2019.09.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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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을 걷다가 찾은 조개 껍데기 한 짝. 다른 한 짝을 찾게될 때는 너무 늦겠지. "
이름: 리 카운팅송(Re Countingsong)
나이 : 불명(28+@)
키 : 178
종족: 릴린퀴시드(파멸한 인간)
소속 : 아르노셀 연합
국가 : 위브릴(전), 케임드웨이브(현 거주중)
설명 :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질투에 눈이 멀었던 연금술사는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마력을 손에 넣을수 있었다. 넘을수 없는 재능의 벽을 뛰어넘고, 자신을 얕잡아 본 마도사들의 콧대를 꺾은 연금술사는 마탑에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 확실히 다졌다. 하지만 모든 악마와의 거래가 으레 그러하듯,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척살령이 내려졌다. 위브릴의 학회에서 영원히 제명되었다. 한 순간에 모든 마법을 잃고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연금술사의 앞엔 그저 완전한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연금술사를 배신한 악마조차도 그에게 서린 증오와 분노가 얼마나 거대한지 눈치채지 못했다. 악마의 손아귀에 연금술사의 영혼이 영원히 사로잡히려는 찰나, 연금술사는 자신의 영혼을 산산조각 내버렸고. 타락한 영혼은 악마가 수집한 영혼들과 반응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영혼도, 마법도 모두 사라진 육신은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죽음에서 돌아온 부정한 힘의 흔적을 찾을수 없었다. 자신의 상태에 의문을 품은 그는 인적이 없는 오지에 은둔하여 그 비밀을 파해치고자 하였으나, 의문은 갈수록 깊어지고,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영역까지 걸쳐 드리워져 있었음을 뼈저리게 깨달을수 있을 뿐이였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인연이 찾아왔다. 비를 피하기 위해 그의 오두막을 찾은 젊은 음유시인은 방랑자였다.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그는 잠시 머무를수 있냐는 음유시인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넉살 좋고 쾌활한 태도에 이기지 못하고 마지못해 이를 승낙하였다. 그는 처음엔 심술궂게 음유시인을 대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음유시인의 여유로움과 됨됨이에 감화되어 갔고 결국 마음을 열고 음유시인을 대하기 시작했다. 둘의 사이는 순식간에 깊어졌고, 친구가 되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동안, 그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따뜻한 감정으로 충만해 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에겐 낯선 경험이였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리운 느낌이였다.
음유시인과 함께하는 동안, 그의 연구는 놀라울정도로 진척이 되어갔다. 그는 자신이 그림자 미물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했다는 사실과, 그런 자신의 삶이 바람 앞의 촛불만도 못한 신세였음을 깨닫고 우울해지기도 하였으나 음유시인의 위로와 노랫소리에 금방 절망에서 벗어나 연구를 계속할수 있었다. 음유시인의 응원과 격려를 등에 업은 그는 마침내 자신의 존재에 엮인 최후의 가설을 세우기까지에 이르렀다. 그 가설은 그의 존재를 회복시켜줄 것이였으며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한 진리에 닿을수 있을거란 학자들의 꿈의 결실이라는 사실에 그는 음유시인과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며 그에게 그 원리와 작용방식을 늘어놓았다. 비록 음유시인은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그의 말을 경청하였고, 그는 신이 나서 가설을 그 자리에서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가설은 하나의 방정식이였으며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마법, 철학, 심리학적 지식을 아우르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고찰이였다. 술김에 그는 이 가설의 응용으로 방정식의 항들을 다른 원소들로 치환함으로써 생명을 부정하는 식을 불완전하게나마 설명해 보았다. 음유시인은 그 속에서 그의 마음속 어둠을 발견했고, 이를 달래기 위해 노랫가락을 자아내었다.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그는 눈을 감은채 감상에 잠겼다. 서정적인 연주와 가사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였다.그는 연주가 끝나자 음유시인에게 그 노래가 무엇인지 물었고, 음유시인은 웃으며 이 곡이 그 만을 위해 지은 곡이니 그 이름은 그가 지어주길 바란다며 이것이 작별 선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음유시인의 말에 내심 충격을 받았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며 음유시인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음유시인은 방랑자였기에 결국 떠나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기 때문이였다. 아쉬운대로, 그는 음유시인에게 가장 좋은 술을 대접하며 마지막 밤을 즐기기로 하였다.
다음 날, 음유시인은 오두막을 떠났다. 그는 음유시인의 다정한 목소리를 벌써부터 그리워했다. 울적해진 그는 홀로 자신의 삶을 되돌릴 방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모든게 끝나면 언젠가 다시 음유시인과 만날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그는 연구를 계속했다. 연구를 계속하는 동안, 그는 머리속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는 노래를 어설프게나마 따라부르며 성찰을 계속했다. 그러나 그는 음유시인과 함께한 그 짧은 시간동안 인간성을 되찾은 이후였고, 그는 평소보다 더욱 거대하게 밀려오는 고독을 감당할수 없었다. 그는 밤마다 목놓아 울고 잠자리에서 흐느끼기를 반복하였다. 낮에도 조금 무기력해졌다. 그 탓에 연구의 진척은 느려졌고, 마침내 그가 연구를 끝마쳤을땐 3년이 흐른 이후였다.
그러나 결과는 비참했다. 완성된 식은 완벽하였으나, 그걸 실행하는건 불가능했다. 세 여신조차도 감당하지 못할 힘을 한낯 인간도 되지 못한 미물이 그걸 행할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절망에 몸부림치던 그는 불현듯 든 생각에 따라 식을 개조하기 시작했다. 일사천리로 식은 다시 쓰여졌다. 희망을 노래하던 원소들은 절망으로 대체되었고, 그 최종등식에 들어갈 실행 주체를 세상의 법칙인 죽음을 새겨넣음으로써 마침내 생명이라는 개념의 대척점에 있는 '절망의 방정식'이 완성되었다. 절망의 방정식이 완성되자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저지른 짓을 깨달을수 있었다. 단순한 진리따위가 아니였다. 자신이 만든 공식은 마법과 지식을 뛰어넘은 세상의 명령어였고, 이걸 부정할수 있는 생명따위는 없었다. 거기에 그는 방정식의 실행 주체를 이 세상의 불변하는 진리 그 자체로 설정했기에 그걸 막을수 있는건 없었다. 단순히 이걸 보거나, 속삭이는 것 만으로도 이 '법칙'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였다. 그는 즉시 자신이 쓴 방정식을 지웠고 그 흔적이라도 남을까 오두막을 통째로 불태워버렸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이 공식은 이미 머리속에 있었고 이미 자신이 그 영향권 안에 있었다. 삶을 되찾고 생명의 근원에 다다르고자 했으나, 오히려 자신이 신조차 풀수 없는 저주를 받아버린 셈이였다.
하지만 더 끔찍한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그 공식의 일부를 다른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였다. 음유시인이였다. 비록 불완전했지만 그 방정식은 똑똑히 음유시인의 영혼에 각인되었을테고, 음유시인이 죽음을 맞이할때 발동되어 그가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존재를 사후세계조차 (있다는 전제 하에) 가지 못하는, 자신과 비슷한 존재로 전락시켜 영원한 고통속으로 밀어넣을 것이였다. 더 이상 생각할 것은 없었다. 그는 자신이 불태운 오두막을 뒤로하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어떻게든 음유시인을 다시 만나야 한다. 음유시인을 만나 그에게 묶인 저주를 어떻게든 풀어내야 했다. 더 늦기 전에. 그는 처음으로 신에게 진심어린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멸한 자의 절실한 외침은 그 어떤 신도 듣지 못할것이였다. 그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기도를 멈출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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