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시" 에 대한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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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C버전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 네이버 나눔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001 대영웅과 마녀 The Great Gholitte and White Witch 작자 미상 보아라, 음유시인의 선율에 새겨질 보아라, 옛 이야기의 고된 양피지를 긁을 깃펜의 주인공을. 붉은 머리칼은 사자의 갈기처럼 태양빛으로 솟아 뻗고 새까만 눈은 구렁텅이처럼 응시하며 억센 두 팔과 손은 사자의 아가리와 같고 굵은 두 다리와 발은 고양이의 꼬리처럼 날래다네 하지만 다 얻은 것 같은 그도 슬프다네 사악한 마법사가 그의 딸을 속여 훔쳐냈고 그의 칼은 마법사의 팔뚝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네 허접한 노래꾼의 비루한 류트처럼 부서지고 비루한 난봉꾼의 허접한 나무잔처럼 깨져버린 아아, 대영웅 골리테의 젊은 시절이여 아아, 대영웅 골리테의 고된 시련이여 대영웅은 핏줄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것에 탄식했다네 그는 전장의 승리에 취해 딸을 돌보지 않았다네 그는 영웅이고, 승리했지만, 굴러떨어졌지 하나뿐인 딸을 잃은 그는 길고도 아름답던 붉은 머리를 잘라냈다네 적장의 목을 꺾고 얻은 화려한 검을 녹여 뭉개버리고 흉칙하게 변한 검을 들고 집을 나섰네 대영웅은 다른 마법사를 찾아나섰다네 새하얀 밀랍의 마녀가 그를 돕겠다 일어났네 밀랍인형같은 흰 피부, 불꽃이 지피어진 회색의 눈 갓 내려 밟지 않은 첫눈같은 머리칼, 고아하고도 매혹적인 여린 몸 밀랍의 마녀는 초가 꽂힌 지팡이를 휘둘렀고 샛노란 불꽃으로 대영웅의 길을 밝혔네 모두가 잊어버린 이야기를 모두가 잃어버린 오솔길을 마녀와 대영웅은 헤쳐나갔네 속까지 시커매진 가시나무를 태워내고 일흔 일곱 개의 눈을 가진 거인의 목을 베었으며 백 서른 두개의 다리를 가진 불꽃지네의 다리를 모조리 꺾었다네 하지만 아직 검은 숲 너머 마법사에게 닿으려면 더더욱 모진 시련을 감내해야만 했다네 아아, 여기부터는 어린아이여 나가시게 아아, 이곳부터는 연약한 이여 나가시게 끔찍하고도 추악하며, 위대하고도 성스러운 서사시 대영웅과 마녀의 이야기라네. 맞네, 그들이 그로브닐 고산을 건널 때쯤 지금은 아득히 멀 옛날이라 어디인지도 잊혀진 그곳을 지날 때쯤 흉악하고도 흉측한 진흙 피의 자손들이 나타났다네 새까맣게 썩은 진흙의 손발톱을 휘두르고 마녀의 가슴을 긋고, 대영웅의 왼팔을 끊어냈다네 밀랍의 마녀는 흘러내리는 피를 태웠고 대영웅 골리테는 흘러내리는 피로 칼을 적셨지WATERS1991작가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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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에는 많은 것이 담긴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간단한 지시와 대영웅의 서사시까지. 정보를 끌어모아 담는 이 '문자'라는 체계에 내 평생을 바쳐왔다. 80년이라는 세월을. 우리 신민들에게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을 선물해주기 위해. 궁정 기술자로 지내며 왕이 7번이나 바뀌었음에도 난 한결같은 목표를 유지해왔다. 지금은 이 작은 점토판에 얼마 되지 않는 내용만을 새길 수 있을 뿐이지만, 머지 않아 우리의 후손들은 더 많은 정보를 더 가벼운 매체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내일 새벽, 궁정 지하실에서는 대기중의 마력을 문자에 불어넣어 활용하는 실험이 진행될 것이다. 이 '마법'이라는 기술이 성공한다면, 우리들은 새로운 자원을 가지고 그동안 시달려왔던 야수, 마수들에게도 대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동안 가르쳐온 제자들의 얼굴도 오랜만에 볼 수 있겠지. 역사의 방향은 우리들이 바꾸게 될 것이다. 피로에 좋다는 차 내음이 사무실에 풍긴다. 펜에서 흘러나온 잉크가 손에 묻는 것도 모르고, 동료 서기가 가져온 실록의 초본을 열심히 옮겨적는다. 왕립 기록관의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이다. 몸 쓰는 일을 피해서 들어온 나같은 게으름뱅이들은 마지 못해 일하곤 한다. 기밀을 보관하는 시설이니만큼 한 번 취직하면 죽기 직전까지 몸을 담아야 하니까. 함부로 탈출했다고 하면 목 위 부분이 날아간다는 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문'이 열린 이후로 왕궁 내부가 더 바빠지면서 자연스레 우리의 일도 늘었다. 몇몇 동료들은 퇴근한지 6시간도 안되어 다시 불려나올 정도가 되었고, 자정 이전에 퇴근하는 사람이 없어질 지경이 되었다. 나의 퇴근길에도 달빛이 흐리게 빛을 낸다. 오늘은 특별한 짐이 있어 소가 끄는 수레를 탔다. 말 수레를 타기에는 짐이 너무 무겁고, 말의 빠른 속도에 의지했다간 이 짐짝이 부서질 것이다. 새벽녘의 추위가 엄습해오고, 혹시 모른다는 희망감에 아직까지 불이 켜진 가게가 있나 찾아보지만 있을 리가 없다. 그저 얼음장같은 손을 싹싹 비비며 입김으로 녹여볼 뿐이었다. 뜨듯한 소의 등이 그나마 오늘의 위안이 되어준다. ...왜? 어째서? 분명 실험은 성공했다. 이제 우리들은 마력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알게 되었고, 우리 왕국의 문명이 가여운 시민들을 계몽할 수 있게 되었다. 어째서 나와 내 제자들은 처형장으로 끌려가고 있는가90743289작가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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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C버전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 네이버 나눔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001 대영웅과 마녀 The Great Gholitte and White Witch 작자 미상 보아라, 음유시인의 선율에 새겨질 보아라, 옛 이야기의 고된 양피지를 긁을 깃펜의 주인공을. 붉은 머리칼은 사자의 갈기처럼 태양빛으로 솟아 뻗고 새까만 눈은 구렁텅이처럼 응시하며 억센 두 팔과 손은 사자의 아가리와 같고 굵은 두 다리와 발은 고양이의 꼬리처럼 날래다네 하지만 다 얻은 것 같은 그도 슬프다네 사악한 마법사가 그의 딸을 속여 훔쳐냈고 그의 칼은 마법사의 팔뚝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네 허접한 노래꾼의 비루한 류트처럼 부서지고 비루한 난봉꾼의 허접한 나무잔처럼 깨져버린 아아, 대영웅 골리테의 젊은 시절이여 아아, 대영웅 골리테의 고된 시련이여 대영웅은 핏줄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것에 탄식했다네 그는 전장의 승리에 취해 딸을 돌보지 않았다네 그는 영웅이고, 승리했지만, 굴러떨어졌지 하나뿐인 딸을 잃은 그는 길고도 아름답던 붉은 머리를 잘라냈다네 적장의 목을 꺾고 얻은 화려한 검을 녹여 뭉개버리고 흉칙하게 변한 검을 들고 집을 나섰네 대영웅은 다른 마법사를 찾아나섰다네 새하얀 밀랍의 마녀가 그를 돕겠다 일어났네 밀랍인형같은 흰 피부, 불꽃이 지피어진 회색의 눈 갓 내려 밟지 않은 첫눈같은 머리칼, 고아하고도 매혹적인 여린 몸 밀랍의 마녀는 초가 꽂힌 지팡이를 휘둘렀고 샛노란 불꽃으로 대영웅의 길을 밝혔네 모두가 잊어버린 이야기를 모두가 잃어버린 오솔길을 마녀와 대영웅은 헤쳐나갔네 속까지 시커매진 가시나무를 태워내고 일흔 일곱 개의 눈을 가진 거인의 목을 베었으며 백 서른 두개의 다리를 가진 불꽃지네의 다리를 모조리 꺾었다네 하지만 아직 검은 숲 너머 마법사에게 닿으려면 더더욱 모진 시련을 감내해야만 했다네 아아, 여기부터는 어린아이여 나가시게 아아, 이곳부터는 연약한 이여 나가시게 끔찍하고도 추악하며, 위대하고도 성스러운 서사시 대영웅과 마녀의 이야기라네. 맞네, 그들이 그로브닐 고산을 건널 때쯤 지금은 아득히 멀 옛날이라 어디인지도 잊혀진 그곳을 지날 때쯤 흉악하고도 흉측한 진흙 피의 자손들이 나타났다네 새까맣게 썩은 진흙의 손발톱을 휘두르고 마녀의 가슴을 긋고, 대영웅의 왼팔을 끊어냈다네 밀랍의 마녀는 흘러내리는 피를 태웠고 대영웅 골리테는 흘러내리는 피로 칼을 적셨지WATERS1991작가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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