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할머니! 그래서요, 그래서 공주님은 어떻게 됐어요?"
"바보야, 백성들을 먼저 생각해야지. 아름다운 공주님은 구해줄 사람이 많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잖아."
"바보? 뒤질래?"
"자, 자, 그만하고 이야기 마저 들어야지?"
새하얀 백발 사이사이로 회색 머리가 숨어있는 노파가 아이들을 부드럽게 타일렀다. 내가 너의 강아지같은 인성을 반으로 갈라버리겠다, 해 보렴 이 부족한 아이야, 같은 말들의 사이로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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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게일, 설마 우리가 이길 수 있을거라 믿는거야? 그까짓 공주, 그냥 제물로 바쳐! 심지어 그 나쁜 기지배는 너에게 독을 먹이려고 들었던거 기억 안 나?!"
"쉿, 누가 듣겠어."
왕성의 벽에는 귀가 달렸고 창문에는 눈이 달렸다. 어릴때부터 귀가 썩어 문들어질 때까지 들으리라 여긴 말이다. 흥분해 그 당연한 상식도 잠시 잊은 제니퍼가 손수건에 물을 묻혀 얼굴의 열을 식혔다.
이마에 올려져 눈을 아슬하게 가린 손수건의 레이스 사이로 프리지아 꽃을 닮은 금발이 비쳤다.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과거부터 봐왔던 색. 마차 사고로 부모를 잃은 자매는 서로만을 의지하며 자랐다. 정확히는, 제니퍼가 일방적으로 에비게일에게 의지했었댜.
에비게일의 흐릿한 연녹색 눈과 제니퍼의 갈색 눈이 서로를 오랫동안 담았다.결국 먼저 눈을 피한 건 제니퍼였다. 시선을 흙먼지가 묻은 구두로 옮긴 제니퍼가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죽으면 가만 안 둬. 공주고 왕이고 왕국이고 다 태워버릴거야."
마법에 상당한 자질을 보인다는 평을 받는 열 넷 소녀의 거창한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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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열 여덟살의, 성년식도 치른지 얼마 안 된 아일 또래의 딸을 위해 사지로 내모는 일을 계획하는 것은 왕을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였으니. 눈 앞에 보이니 더 죄책감이 든다. 답은 간단했다. 눈 앞에서 치우자.
이기적인 왕의 알량한 죄책감 덕분에 용에게 잡힌 공주님을 구하러 가는 소녀의 짐은 휘황찬란했다. 각종 금은보화에 이름난 대장장이들이 돈과 금을 쏟